주재원 아줌마의 세계여행
5📍 호치민, 베트남

호치민 10년, 결국 다시 가는 맛집 일곱 곳

관광객 몰리는 데 말고 살면서 정착한 곳들만 모았어요. 화려하진 않은데, 열 번 가면 열 번 다 만족했습니다.

이번 달에도 후배가 물어봤어요. "언니, 호치민 맛집 좀 추천해주세요." 몇 번째인지 세다가 그만뒀습니다. 여기 산 지 10년이 넘어가니까 이젠 후배들 오는 날짜에 맞춰 미리 일정을 짜주는 게 일이 됐어요.

그때마다 대충 아는 데를 불러줬는데, 이번엔 마음먹고 앉아서 다 적어봤어요. 스무 곳 넘게 나왔다가 하나씩 지웠습니다. 남 얘기 듣고 가본 데, 사진 찍으러 딱 한 번 가고 만 데는 다 뺐어요.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아무 약속 없는 날, 배고파서 저절로 발이 가는 곳인가. 그러고 나니 정말 제가 지금도 한 달에 몇 번씩 가는 곳만 일곱 개 남더라고요. 인스타에 올라오는 데는 하나도 없습니다.

아침엔 골목 반미 하나면 충분해요

다카오 쪽 골목에 아침에만 나오는 반미 리어카가 있어요. 오전 7시부터 열 시쯤이면 벌써 재료가 떨어져서 접습니다. 아주머니가 파테를 아끼지 않고 발라주는데, 처음엔 이렇게 많이 넣어도 되나 싶었어요. 2만 동이면 아침이 든든하게 해결됩니다. 우리 돈 천백 원쯤이에요. 처음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 옆집 사람이 데려가준 뒤로 8년째 다니고 있어요.

그 다음은 3군 재래시장 뒷골목 쌀국수집입니다. 국물이 진해서 아침부터 땀이 좀 나는데, 그게 또 그날 하루 시작하는 느낌이 나서 좋더라고요. 플라스틱 의자에 현지인들이 자전거 세워놓고 서서 먹는 자리라 회전이 빠릅니다. 관광객은 거의 안 보여요. 메뉴판도 없어서 처음엔 몇 번을 손짓 발짓으로 주문했는지 몰라요.

점심은 직장인들 따라가면 실패가 없어요

1군 오피스 골목의 껌승 자리는 정오 열두 시면 벌써 줄이 생깁니다. 돼지갈비 하나 얹은 백반 스타일인데 4만 동, 약 2200원이에요. 근처에서 일할 때는 일주일에 두 번은 갔습니다. 밥그릇 크기가 자리마다 다른데, 여긴 넉넉하게 주는 편이라 오후 회의 전에 먹기 딱 좋았어요. 계란 프라이 하나 추가하면 만 동 더 받는데 그게 국룰이더라고요.

3군 쪽에는 분짜 파는 자리가 있어요. 숯불에 구운 고기를 새콤한 소스에 적셔 먹는데, 점심 시간 넘기면 재료가 떨어져서 문을 닫아버립니다. 열두 시 반이 지나면 십중팔구 헛걸음이에요. 저도 두 번은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 뒤론 무조건 열두 시 전에 도착하도록 알람을 맞춰둡니다.

진짜 배고픈 저녁엔 여기로 갑니다

빈탄 쪽 골목 럼 가게는 넷이서 갈 때 정해두고 가는 곳이에요. 국물에 채소랑 고기를 계속 넣어가며 먹는 식인데, 한 상 차리면 인당 12만 동, 6500원쯤 나옵니다. 다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하다 못해 걷기 힘들 정도예요. 회식 자리로도 자주 씁니다. 테이블마다 부루스타를 하나씩 놓고 알아서 끓여 먹는 자리라, 처음 온 사람은 옆 테이블 눈치를 좀 봐야 해요.

야시장 골목 꼬치구이도 빼놓을 수 없어요. 숯불 냄새 따라가면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 있습니다. 하나에 만오천 동, 팔백 원쯤이라 대여섯 개 시켜도 부담이 없어요. 맥주 한 병 곁들이면 그날 저녁은 그걸로 끝입니다. 비 오는 날은 아예 장사를 안 나오니까 헛걸음하지 마세요.

특별한 날엔 딱 한 곳만 갑니다

강변 쪽 해산물집이에요. 평소엔 안 가는 데인데, 생일이나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여기로 데려갑니다. 큰 새우랑 생선찜 시키면 둘이서 60만 동, 3만 2천 원 정도 나와요. 평소 저녁값의 다섯 배쯤 되는데, 일 년에 몇 번은 이 정도 써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강 보이는 자리로 미리 말해두면 앉혀줍니다. 해 질 무렵 강바람 맞으면서 먹으면 값 생각이 잘 안 나요. 작년 겨울에 부모님 오셨을 때도 여기서 마지막 저녁을 먹었는데, 아버지가 아직도 그 새우 얘기를 하십니다.

알아두면 좋은 것들

일곱 곳 다 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받습니다. 20만 동 이하로 쓸 거면 미리 잔돈을 챙겨가는 게 편해요. 큰돈 내밀면 잔돈이 없다고 난감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골목 노점은 저녁 여덟 시 넘으면 재료가 떨어져서 일찍 닫는 데가 많고, 강변 해산물집처럼 예약을 안 받는 곳은 저녁 일곱 시 전에 가야 자리가 납니다. 그랩으로 부르면 골목 안까지는 안 들어오는 곳도 있어서, 큰길에 내려서 걸어 들어가야 할 수도 있어요. 위생이 걱정되면 얼음 들어간 음료는 피하고, 사람 많이 몰리는 시간대 자리를 고르시면 대체로 안전합니다. 여기 적은 가격은 제가 2026년 8월에 먹은 값이라 조금씩 오를 수 있습니다.

이 일곱 곳, 사실 어디 하나 SNS에서 유명한 데는 없어요. 후배한테도 그대로 말해줬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데를 원하면 다른 리스트를 찾아보라고요. 저는 그냥 배고플 때 자연스레 발이 가는 곳들만 적었어요. 새로 생긴 예쁜 식당도 몇 번 가봤는데, 결국 발길이 다시 향하는 데는 늘 이 골목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