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아줌마의 세계여행
5📍 호치민, 베트남

호치민 8월 9월 날씨, 비 무서워서 안 오면 손해예요

우기 한복판이라는 두 달을 여기 살면서 열 번 넘게 겪었어요. 실제로 비가 언제 얼마나 오는지, 그리고 나머지 달은 어떤지 적었습니다.

오후 세 시 반쯤, 창밖이 갑자기 저녁처럼 어두워집니다. 에어컨 소리보다 큰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길에 있던 오토바이들이 일제히 처마 밑으로 밀려들어요. 그리고 20분쯤 뒤에 다시 해가 납니다. 젖은 아스팔트에서 김이 올라와요.

8월과 9월의 호치민은 대충 이런 하루가 반복됩니다. 여행 오시는 분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이거예요. "그 달에 가면 비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죠?"

하루 종일 오는 비가 아니에요

한국 장마를 생각하고 오시면 좀 당황하실 거예요. 여기 비는 몰아서 쏟고 끝납니다. 대부분 오후 두 시에서 여섯 시 사이에 시작해서 30분에서 한 시간쯤 퍼붓고 그쳐요. 오전은 멀쩡한 날이 훨씬 많습니다.

9월이 일 년 중 강수량이 제일 많은 달이에요. 한 달에 330mm쯤 옵니다. 8월도 270mm 정도로 만만치 않고요. 숫자만 보면 무섭죠. 근데 이게 20일 넘게 나눠서, 그것도 하루에 한 시간씩 오는 겁니다. 서울 장마철처럼 사흘 내리 흐린 날은 여기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는 8, 9월에 오는 손님들한테 일정을 오전에 몰아 놓으라고 합니다. 아침 여덟 시에 나가서 두 시 전에 실내로 들어오면 비 맞을 일이 거의 없어요. 오후엔 카페나 마사지 숍에 들어가 있다가, 비 그치고 저녁에 다시 나오는 겁니다. 현지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삽니다.

9월엔 비보다 물이 문제입니다

진짜 조심해야 할 건 따로 있어요. 조수예요. 베트남어로 '찌에우 끄엉'이라고 하는데, 사이공강 수위가 확 올라오는 날이 9월부터 11월 사이에 몰려 있습니다. 음력 보름 전후로 이틀 사흘씩 와요.

이날 비까지 겹치면 길이 잠깁니다. 빈탄군, 7군, 투득 쪽이 특히 심해요. 저는 재작년 9월에 빈탄에서 발목까지 잠긴 물을 건너서 집에 들어간 적 있습니다. 오토바이 시동 꺼져서 밀고 가는 사람이 그날만 대여섯 명 보였어요.

관광객이 주로 다니는 1군 중심가는 배수가 나은 편이라 그 정도까지 가는 일은 드뭅니다. 다만 숙소를 7군이나 빈탄에 잡으셨다면, 그런 날 저녁엔 그냥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드시는 게 낫습니다. 그랩도 침수 구역은 배차를 잘 안 받아요.

오히려 4월보다 시원합니다

의외라고들 하시는데, 8, 9월이 호치민에서 견딜 만한 축에 듭니다. 낮 최고기온이 31~32도예요.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으니까 햇볕이 직접 안 내리쬐거든요.

4월엔 35, 36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늘 없는 길을 10분만 걸어도 셔츠가 등에 붙어요. 그거에 비하면 8월 오후의 비 온 뒤 공기는 오히려 숨 쉬기가 낫습니다. 대신 습도가 85%를 넘나들어서 끈적한 건 각오하셔야 해요. 빨래가 안 마릅니다. 진짜로 안 말라요.

이 두 달에 오신다면

우산보다 우비를 사세요. 편의점에서 2만 동, 천 원쯤이면 삽니다. 비 올 때 여긴 바람이 같이 불어서 우산은 뒤집히고, 오토바이 택시라도 타게 되면 우산은 아예 못 씁니다. 신발은 젖어도 되는 샌들이 정답이에요. 운동화 신고 왔다가 사흘 내내 눅눅한 신발 신고 다닌 후배를 봤습니다.

그리고 비 오는 시간엔 그랩 요금이 두 배씩 뜁니다. 평소 6만 동이던 거리가 12만 동, 6천5백 원까지 올라가요. 잡히지도 않고요. 비 시작하기 10분 전에 미리 부르거나, 그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는 게 돈도 아끼고 마음도 편합니다. 실내 일정 하나쯤 예비로 잡아두시면 그날 하루가 안 무너져요.

나머지 달은 이렇습니다

시기 특징
12~2월 일 년 중 제일 좋습니다. 비 거의 안 오고 아침엔 24도까지 내려가요. 대신 항공권이 제일 비쌉니다
1월 말~2월 중순 뗏(설) 연휴. 가게 절반이 문 닫고 도시가 텅 빕니다. 조용한 호치민을 보고 싶다면 이때
3~4월 가장 덥습니다. 4월은 35도가 기본, 낮에 걸어다닐 생각은 접으세요
5월 첫 비가 내리기 시작해요. 더위가 한풀 꺾이는 대신 습도가 올라옵니다
6~7월 우기지만 8, 9월보단 비가 적어요. 여행하기 나쁘지 않습니다
10월 비는 줄어드는데 침수는 제일 심한 달이에요. 조수가 겹칩니다
11월 우기 끝물. 중순 넘어가면 하늘이 눈에 띄게 맑아집니다

정리하면 12월에서 2월이 제일 편하고, 34월은 더위 때문에, 910월은 물 때문에 신경이 쓰입니다. 나머지 달은 다 무난해요.

그래서 8, 9월에 오지 말라는 얘기냐면

아니요. 저는 이 시기에 오는 손님들 일정을 제일 편하게 짭니다. 항공권이랑 호텔이 싸고, 사람이 적고, 낮에 덜 덥거든요. 비 오는 오후 두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만 미리 정해두면 됩니다.

비 그친 저녁의 호치민은 사실 일 년 중 제일 괜찮아요. 공기가 한 번 씻겨 나가서 매연 냄새가 덜하고, 골목마다 사람들이 다시 의자를 내놓고 앉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맥주 한 병 들고 나가는 걸 좋아해요. 여기 살면서 8월이 싫었던 적은 별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