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아줌마의 세계여행
8📍 호치민, 베트남

호치민 3박 4일, 여기 사는 사람이 짜본 혼자 코스

혼자 놀러 온 친구들한테 여러 번 짜줬던 일정입니다. 욕심 빼고 하루에 두 군데만 넣었어요. 그랩 요금이랑 워터버스 타는 법도 같이 적어뒀습니다.

호치민 3박 4일, 여기 사는 사람이 짜본 혼자 코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택시 안에서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오토바이가 진짜 저렇게 많네요."

저도 처음엔 똑같았습니다. 지금은 그 사이를 뚫고 출근하고요.

여기 몇 해 살면서 혼자 놀러 온 친구들 일정을 여러 번 짜줬는데, 그중에 반응이 제일 좋았던 3박 4일을 정리해봤어요. 하루에 두 군데만 넣은 버전입니다.

1일차 — 도착한 밤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는 대부분 저녁이나 밤에 떨어집니다. 탄손녓 공항에서 1군까지 그랩 차로 20분에서 40분, 막히는 시간에 걸리면 진짜 40분 다 씁니다.

첫날 밤에 야시장이니 루프탑이니 끼워 넣지 마세요. 숙소에 짐 던져놓고 근처 한 바퀴만 도세요. 길가에 플라스틱 의자 내놓은 데 아무 데나 앉아서 맥주 한 캔 마시면 됩니다. 그게 이 도시랑 인사하는 방법이에요.

1군 골목 노점에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앉아 맥주를 마시는 밤

숙소는 1군 벤탄 시장 근처나 데탐 쪽으로 잡으세요. 혼자면 특히요. 밤 열한 시에도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자산이거든요.

아, 비행기 타기 전에 두 가지만 준비하세요. 이심이랑 그랩 앱. 공항 나오자마자 인터넷이 안 되면 그때부터 꼬입니다. 호객하는 택시 기사한테 붙잡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서 시작해요.

2일차 — 오전에 몰아치고 오후엔 앉아 있기

아침 여덟 시 반, 전쟁증적박물관으로 갑니다. 열 시 넘으면 단체 관광객이 들어차서 서 있을 자리도 없어요. 여긴 마음 좀 단단히 먹고 들어가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세 번 갔는데 세 번 다 같은 층에서 한참 서 있었어요.

아침 햇빛이 든 전쟁증적박물관 마당과 전시된 전투기

나와서 통일궁, 노트르담 성당, 중앙우체국까지 걸어서 봅니다. 다 반경 1km 안이에요. 근데 열한 시 넘어가면 햇볕이 사람을 잡습니다. 그늘 보고 걸으세요.

점심은 근처 아무 데나 들어가서 쌀국수나 껌승 한 그릇. 여기선 밥값으로 실패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오후는 응우옌후에 거리 카페 아파트먼트로 가세요. 낡은 아파트 한 동을 카페가 통째로 채우고 있는데, 층마다 창밖 풍경이 다릅니다. 한 곳 골라서 두세 시간 앉아 있어도 아무도 눈치 안 줘요. 혼자 온 여행의 진짜 시간은 여기서 나옵니다.

카페 아파트먼트 창가에 앉아 응우옌후에 거리를 내려다보는 모습

해 지고 나면 벤탄 시장 앞 밤 골목이 열립니다. 살 건 없어요. 값도 두세 배 부릅니다. 그냥 한 번 걸어보는 걸로 충분해요.

3일차 — 배 타고 강 건너 2군으로

이 날은 오후를 통째로 비워두세요. 1군 강가 백당 선착장에서 워터버스를 탑니다. 노란 배예요. 멀리서도 눈에 확 띕니다.

요금은 어디서 내리든 15,000동, 우리 돈 800원쯤. 이 도시에서 800원으로 이만한 걸 하기는 어렵습니다.

배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십 분쯤 뒤에 빈안 선착장에 닿아요. 그 이십 분이 이 코스의 전부입니다. 오토바이 경적이 뚝 끊기고, 강바람이 들어오고, 건너편으로 시내 빌딩들이 천천히 흘러가요. 여기 오래 산 저도 이 배만 타면 아직 창밖을 봅니다.

내리면 2군 타오디엔 동네입니다. 걸어서 십오 분쯤이면 카페들이 늘어선 골목이 나와요. 가로수가 많고, 인도가 넓고, 커피값은 시내의 두 배입니다. 같은 도시 맞나 싶더라고요. 여기서 커피 한 잔 하고 그랩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주의할 게 하나 있어요. 배는 하루에 여섯 편에서 열댓 편 정도밖에 안 뜹니다. 시간표도 바뀌고요. 나가기 전에 그날 시간을 꼭 확인하시고, 표는 선착장 창구에서 미리 왕복으로 끊어두세요. 해 질 무렵 배는 인기가 많아서 앉을 자리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 자리에 메콩델타 당일 투어를 넣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안 권합니다. 왕복 여섯 시간 버스에서 하루가 끝나요.

저녁은 3군 골목 식당 하나 골라서 드세요. 관광객용 간판 말고, 플라스틱 의자 놓인 데로 들어가세요. 메뉴판이 없으면 옆 테이블 음식 가리키면 됩니다. 그렇게 시킨 게 제일 맛있었어요.

골목 식당에서 옆 테이블 음식을 손으로 가리켜 주문하는 장면

4일차는 아무 계획도 넣지 마세요. 늦게 일어나서 반미 하나 사 먹고, 못 산 커피 원두 좀 사고, 체크아웃하고 공항 가면 시간이 딱 맞습니다. 마지막 날에 한 군데 더 넣으려다 짐 끌고 땀 흘리며 뛰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어요.

캐리어 옆에 놓인 반미와 아이스 커피, 사 온 원두 봉투

알아두면 편한 것들 (2026년 7월 기준)

  • 공항 → 1군 그랩 차: 15만20만 동, 우리 돈 8,00011,000원쯤. 비 오는 날이나 퇴근 시간엔 더 붙습니다.
  • 워터버스: 편도 15,000동 균일, 800원쯤. 운항은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고 편수가 적습니다. 백당 선착장에서 왕복으로 끊으세요.
  • 1군 안 그랩 바이크: 15,000~25,000동. 짐 없을 때만 타세요.
  • 현금: 많이 안 바꿔도 됩니다. 웬만한 가게는 카드랑 QR이 다 되고, 노점에서 쓸 만큼만 있으면 돼요.
  • 휴대폰: 길가에서 손에 들고 걷지 마세요. 오토바이가 스치듯 지나가면서 채갑니다. 여기 사는 사람들도 인도 안쪽으로 붙어서 씁니다.

호치민은 예쁜 도시는 아닙니다. 시끄럽고, 덥고, 인도는 오토바이가 다 차지하고 있어요.

대신 혼자 온 사람이 어색해지지 않는 도시입니다. 혼자 앉아 밥을 먹든 카페에서 반나절을 보내든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요.

혼자 다니기 무섭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낮에는 거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밤에도 1군 큰길은 사람이 많아요. 조심할 건 사람보다 도로예요.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이 켜져도 오토바이는 그냥 옵니다. 뛰지 말고 일정한 속도로 걸으세요. 그러면 알아서 피해 갑니다.

3박 4일로는 다 못 봅니다. 다 볼 필요도 없고요. 저는 여기 몇 년째 살면서도 아직 3군 골목을 다 못 돌았어요.